남편의 외도 보다는 건강을 먼저 의심 하라.
40대의 한 여성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남편의 문제로 상의할 것이 있다고 진료실을 방문했다. 남편이 뭔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인데, 몇 개월 전부터 성관계가 전혀 없었으며 며칠 전에는 지갑 속에서 파란 알약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는 것이다. 비아그라라는 발기유발제임을 알았고, 부부관계도 없는 사람이 발기유발제 같은 약이 왜 필요한지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순간 젊은 애인이라도 생겼나 싶어 화가 나서 이성을 잃고 막말을 하며 부부싸움을 했고, 한동안 부부사이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도움을 요청하러 왔단다. 남편의 변명은 절대 외도는 없었고 단지 요즘 들어 웬일인지 발기가 안 되고 성욕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인데 자신이 납득이 안 되니 남편도 더 이상 변명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단다. 그러고 보니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 이외에는 비교적 모범적인 남편이었다. 어쩌다 회식이 있다며 술에 취해 밤늦게 들어와 속을 썩이기도 하나 젊었을 때보다는 술자리도 많이 줄어 든 상태였다. 혹시 건강상 문제나 주변에 변화는 없었냐고 물어보니, 체중이 좀 줄었는지 야위어 보이고 물을 많이 마시고 화장실에도 자주 가는 것 같다고 한다. 중년의 나이에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보기 시작하면서, 발기가 잘되지 않는다면 당뇨병으로 인한 발기부전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당뇨병이란 몸 안의 당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과다하게 혈액 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높아진 혈당은 말초신경이나 말초부위의 혈관을 망가트리게 되고, 신체의 여러 장기에 혈관이나 신경이 망가지면서 부위에 따라 여러 가지 증상이 발현하다는 것이다. 발기에 말썽을 일으키는 것은 해면체 내부에 고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발기부전으로 오는 많은 환자에서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간혹 발기부전으로 진찰을 하다가 우연히 자신도 모르고 있던 당뇨병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당뇨가 있는 남녀에서 성기능장애는 흔하게 일어난다. 당뇨병 남성의 50-60%가 발기부전으로 고생한다고 한다고 되어 있다. 여성들의 당뇨병은 성각성 장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당뇨병은 오래 방치될수록 점점 더 신체 여러 곳에 문제를 일으킨다. 당뇨병환자의 경우 지금 당장은 발기 장애가 없더라도 5년 뒤면 28%에서 발기부전이 나타난다고 되어 있으니 가볍게 볼 수 없다. 이 여성의 남편에서 발기검사와 더불어 혈액검사를 해보니 당뇨병으로 진단되었다. 몇 년 전 직장 신체검사에서 혈당이 약간 높아 보인다며 정밀검사를 하라고 하였으나 무시하고 지내왔었다고 한다. 일단 혈당이 조절되는 것을 보면서 발기부전 치료를 하기로 하였다. 최근 당뇨병은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르는 무서운 병으로 삶의 가장 소중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성관계를 못하게 만드는 원흉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동맥경화증, 심장병, 폐기종, 암, 뇌하수체종양, 동맥류등의 질환에 의해서도 발기능력이 영향을 받는다. 몸이 허약하고, 만성 통증이 있거나 혈액순환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발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발기부전은 원인질환이 치료되면 좋아질 수 있다. 발기부전 3사람 중 한명은 육체적 원인이 있다. 따라서 발기부전이 있으면 일단 의사를 찾아가 육체적 질병여부부터 진찰을 받아야 한다. 다른 원인으로는 정신적인 것, 약물이나 음주, 또는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의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부부란 행복을 함께 나누고, 역경을 함께 헤쳐 나가면서, 힘들고 곤란한 상황에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다. 건강이 좋지 않다든지 발기부전 같은 당황스러운 신체상황이 생겼을 때 제일 먼저 부인과 상의하지 못하고 혼자서 문제를 몰래 해결하려고 비아그라를 처방받는다든지, 남편의 건강은 아랑곳없이 줄어든 잠자리에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지 않나 의심부터 하는 것은 대화의 부재에서 오는 서로에 대한 몰이해로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이다. 물론 실제 한 사람의 외도로 부부관계가 소원해지고 파탄 나는 경우가 없지 않고 각종 통계자료들이 배우자의 외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결과들을 연일 발표하고 있긴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배우자의 외도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간혹 부인이외의 성관계가 없는데 요도염에 걸린 남성들이 부인의 부정한 관계를 우선 의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성감염 원인균과 관계없는 염증이 있을 수 있음에도 말이다. 40대를 넘어서면서 남녀모두 많은 성적 변화를 겪는다. 성욕이 변하고 기능이 예전 같지 않으며,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하기 쉽다. 이럴 때 배우자와 상의하고 호전을 위해 같이 노력하는 자세야 말로, 노년에도 부부사이의 신체적 접촉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비법이 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고 상처 내어 등 돌리기 시작하면, 이후의 만족스러운 부부성생활이란 기대할 수 없다.